광주·전남지역 일선 학교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제거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공사가 주로 이뤄지는 방학 중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중단이 불가피해 교육 당국과 일선 학교, 학부모 모두 고민에 빠졌다.
16일 광주시 교육청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 등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 모 초등학교는 최근 가정통신문을 통해 “석면 건축자재 해체·제거작업으로 내년 1∼2월 본관과 후관 건물에서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유치원 방과후학교 운영을 부득이 할 수 없게 됐다”며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노후화된 학교 시설의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유해물질인 교실 천장 석면을 친환경 자재로 교체, 쾌적한 환경과 안전한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내린 결정이라며 “자녀들의 방학생활에 대해 미리 대비해 주실 것”을 당부했다.
‘석면제거 공사 시 학생과 원아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돌봄교실 등의 운영을 제한하라’는 감사원 권고와 석면제거 공사장과 학교 구성원을 격리시키는 것을 원칙으로 한 교육 당국의 방침을 충실하게 따른 조치다.
그러나 저학년 초등생과 유치원생은 물론 맞벌이 학부모들의 자녀교육과 보호에 적잖은 불편이 예상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인근 학교의 방학중 유휴교실을 이용하는 방안이 있지만 안전사고 등을 우려해 학교 개방을 원하지 않는 사례들이 많고, 학생과 교실 뿐만 아니라 행정실도 함께 이동할 수 밖에 없어 ‘한 지붕 두 가족 더부살이’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사고 책임에 대한 행정적 부담도 짐이다.
학교 인근 지역아동센터도 대체시설로 거론되지만, 우선 정원이 남아야 가능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과 인력 지원이 선행돼야 하는 문제도 있다. 공·사립 유치원도 정원과 공간, 관리책임이 걸림돌로 작용해 협조가 쉽지 않다.지역아동센터는 초등생을 대상으로 해 병설유치원 원아들의 경우 뾰족한 대안시설도 없이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밖에 없다.
학생들의 교육받고 보호받을 권리와 교육 당국의 쾌적한 환경을 만들 의무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면서 일부 학교에서는 석면 제거 요청을 미루거나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속도전을 주문한 교육 당국의 방침과 달리 현장의 작업은 더디기만 하다. 교육부는 환경부, 고용노동부와 함께 2027년까지 석면을 완전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국 시·도교육청의 제거율은 여전히 30%대에 그치고 있다.
전남은 22%로 가장 낮고, 광주도 지난해보다 3.5배 많은 예산을 편성했지만 일선 학교의 딜레마로 애를 먹고 있다.
“방학중에 실시하는 것인 만큼 대의를 위해 단기간 교육중단은 부득이 감내할 수 밖에 없다”는게 교육청 입장이지만 명쾌한 해답이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벌없는사회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교육청이 무(無)석면 학교 달성만을 목표로 건강권만 고려하기보다 학생들의 ‘보호받을 권리’도 함께 챙겨야할 것”이라며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등 교육활동에 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