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이 청와대의 개입으로 무더기 공석 사태를 불러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국립대 총장 후보 선출과 관련, 대학 자율에 맡기는 방향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대학이 추천한 후보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임용제청하고,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르는 직선제로 총장을 뽑는 대학에 교육부 대학재정지원 사업에서 더 이상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을 빌미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를 도입하라고 대학들을 압박하고, 교육부가 방송통신대·공주대·광주교대·전주교대 등의 대학에서 추천한 총장 후보자를 특별한 이유없이 거부하면서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가 계속돼왔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이런 내용이 담긴 ‘국립대학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립대 총장 임용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등 일방적인 국립대학 총장 임용과정에서 발생한 교육적폐를 해소한다는 취지다.
각 대학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총장 후보자를 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하는 ‘간선제’ 또는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르는 ‘직선제’를 선택할 수 있다. 대학이 교육부에 추천 후보자 명단을 보내면 교육부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통령에게 임명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한다.
하지만 교육부의 일방적인 임용제청 거부로 대학 총장 공석 상태가 지속돼 대학 내 갈등과 혼란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현재 공주대 등 전국 8개 국립대는 교육부가 총장 후보자 임명을 거부하면서 총장 자리가 비어있다. 한국방송통신대, 광주교대 총장 후보자 등은 교육부를 상대로 임명을 요구하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대학이 자유롭게 후보자 선정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후보자 선정방식과 각종 대학재정지원사업의 연계를 폐지한다. 대학자율역량강화지원사업(ACE+), 대학특성화사업(CK),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CORE) 등 총 7개의 대학재정지원사업에 포함된 국립대학의 ‘대학구성원참여제 운영’ 관련 가점 지표 및 미이행에 따른 사업비 환수 조치가 내년부터 전면 폐지된다.
교육부의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권 행사도 대학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선된다. 지금까지 대학이 무순위로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하던 것을 순위를 정해 추천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부는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임용제청한다.
또 교육부는 대학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단계에서 2순위 후보자 임용 수용 여부에 대한 의사를 사전에 밝히도록 하고, 이를 반영해 임용제청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 방안 발표 전 대학의 총장 후보자 추천이 완료돼 절차가 진행 중인 5개 대학(금오공대, 부산교대, 목포해양대, 춘천교대, 한경대)에 대해서는 2순위자 임용과 관련된 대학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총장 공석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4개 대학(공주대, 광주교대, 방송대, 전주교대)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대학이 추천했던 기존 후보자들에 대해 다시 적격 여부를 심의해 후보자별 적격 여부를 대학에 통보하기로 했다. 이후 대학이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해 ‘적격’하다고 판단된 후보자의 수용 여부를 결정하고, 교육부는 해당 대학의 의사를 반영해 임용제청 또는 재추천을 요청할 계획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앞으로 정부의 일방적 의사결정으로 인해 대학 현장에 갈등과 혼란이 반복되선 안 된다”며 “지난 정부의 적폐로 지적돼 온 문제들은 반드시 해소해 대학의 자율성과 민주성이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