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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위미중 학교폭력 ‘0’건의 비결…“예술 동아리 덕분”

 

“우리 동아리는 연주 실력을 떠나 모든 학생들이 참여한다는 점이 가장 큰 자랑거리입니다.”
지난달 23일 오후 제주 서귀포 위미중학교 체육관에는 오케스트라 합주 연습이 한창이었다. 동아리 활동을 총괄해 관리하고 있는 홍성현(53) 교무기획부장 교사는 ‘우미마루 오케스트라’ 동아리를 소개하며 ‘함께’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흔히들 오케스트라 동아리라고 하면 악기를 잘 다루는 학생들만 뽑는 줄 아는데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함께합니다.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다 함께해요. 그러다 보니 학교 입학해서 처음으로 악기를 만져본 아이들이 대부분이죠.”
올해로 창단한 지 9년이 된 ‘우미마루’는 현재 1·2학년 전 학생, 3학년 일부 지원자 등 총 76명이 멤버로 참여하고 있다. 연주 연습은 매주 5시간(동아리 활동 1시간·방과후 활동 4시간)에 걸쳐 이뤄진다. 동아리 이름은 지역명 ‘위미’의 어원 ‘우미(소의 꼬리)’에서 따왔다.

◇우미마루 오케스트라 창단 배경

위미리는 감귤 재배가 주 소득원인 작은 농촌마을이다. 지역 여건상 이곳 아이들은 예술 문화를 접하기 어렵다. 게다가 오케스트라를 운영하기 위해선 악기 구매 등에 따른 비용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미마루’ 동아리가 탄생한 배경은 무엇일까.
홍 교사는 “지난 2009년 당시 교장선생님이 이곳 아이들이 문화적으로 소외된 측면을 안타까워한데다 한 명도 빠짐없이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를 고민했다고 들었다”며 “그런 점을 고려하다가 오케스트라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폭력 건수 줄고, 수업 집중도 높아져

모든 아이들이 동아리에 참여하자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사라지고 수업에 집중을 못하던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조승균 교장은 “한창 사춘기인 남자애들이 싸움이 잦을 시기인데 우리 학교는 작년부터 학교폭력이 단 한 건도 없었다”며 “단순히 음악 동아리라 생각했는데 인성 교육 차원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이어 “보통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중학생 1학년 남자학생들이 수업시간이나 학교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어한다”며 “처음엔 수업시간에도 막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악기를 다루면서 달라지는 걸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지적장애에 가까운 아이가 한 명 있는데 처음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우려가 많았다”며 “그 아이가 다른 수업시간에는 집중하기 어려워하는데 합주 연습 때만큼은 진중하게 악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다들 놀라워했다”고 대견해했다.

◇“단순 동아리 차원 넘어서 공교육의 방향 제시”

학교 측은 동아리가 학생들에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기회를 넘어 공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조 교장은 “합주와 연주회 활동을 통해 학생들끼리는 물론, 학생-학부모 간, 학생-지역사회 간 유대감이 강해진다”며 “이 관계 속에 아이들이 스스로 배려심과 책임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우리 학교는 학부모의 민원이 없다”며 “자녀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달라지는 모습을 직접 경험한 부모들이 학교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갖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교의 이러한 변화는 외부에서도 인정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은 지난 2012년 전국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미래 사회의 변화에 적합한 패러다임을 지니고 있는 학교를 선정했다. 그 중 위미중학교가 중학교 중에선 유일하게 ‘미래학교’로 뽑혔다. 지난 2016년 교육부가 실시한 ‘자유학기 운영 우수학교’에 선정되기도 했다.

◇동아리 유지 위해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서

위미중학교를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동아리가 9년이라는 기간 변화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힘든 시기도 있었다.
홍 교사는 “오케스트라는 각 파트별로 전문 강사가 필요한데다 악기도 많고 학생도 많다보니 연간 유지비용만 4000만원이 넘는다”며 “제주도교육청과 서귀포시청에서 매년 3000여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을 지원해주고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장을 비롯해 관련 교사들은 나머지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법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2013년 ㈜광동제약과 업무협약을 맺어 매년 1000만원을 지원받게 됐다. 광동제약은 제주 삼다수의 전국 유통권을 가진 업체로 지역 사회 기여의 일환으로 농촌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동아리의 효과를 경험한 위미중학교는 연극 쪽에도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1학년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몬딱연극제’는 우미마루와 마찬가지로 전학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1학년 학생들이 중학교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렇듯 학교 선생님들이 동아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조 교장은 “성장기의 행복한 추억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큰 힘이 된다”며 “우리 아이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친구들과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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