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이자 법률가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씨의 마약스캔들이 그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인 광주 외국인학교로 불똥이 튀고 있다.
광주 북구 오룡동 첨단지구에 위치한 광주 외국인학교는 2000년 8월 광주시 교육청으로부터 정식 인가를 받았다.
광주지역 3개 ‘각종 학교’ 중 하나로, 초등과정 학력을 인정하는 월광기독학교, 중학교 학력을 인정하는 호남삼육중과 달리 초·중·고 과정을 통합운영하지만 학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재정결함 보조금도 별도로 지급되지 않는다.
정기감사 대상은 아니며, 1년에 한 번 정기 실태점검이 이뤄지고 있다.
정식 인가 전까지 1996년부터 4년 간 북구 양산동 옛 근로청소년복지회관에서 미인가 시설로 운영됐으나, 외국인 과학자 등 고급 인력이나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서는 교육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지역 산업계의 의견 등을 존중해 각종 학교 인가와 함께 개교 15년 만에 첨단지구로 신축 이전됐다.
총 사업비 86억원 중 국비와 지방비(시비)가 각각 21억5000만원씩 투입됐다.
애초 정원은 350명으로 인가났으나 현재 재학중인 학생은 유치원 1명 포함, 41명으로 당초 계획보다 턱없이 부족하다. 내국인 14명, 외국인은 27명이다. 내국인 비율은 5∼6년전까지만 하더라도 80%에 육박했으나, ‘30%를 넘을 수 없다’는 외국인학교 설립·운영에 관한 교육부 규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현재는 내국인 비율이 34%로 줄었다.
교사는 16명으로, 외국인이 15명에 이른다. 할리씨가 이사장으로 재직중이고, 아내는 행정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일부 자녀도 이 학교를 거쳤다.이사장이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지난해 대마초 밀매 혐의로 구속된 소속 교사 구속 사건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1년새 교사와 이사장이 줄줄이 마약 스캔들에 연루된 것이어서 학교 측이 입을 이미지 타격도 적잖은 것으로 보인다.
로버트 할리는 지난달 중순 서울 자택에서 인터넷으로 구매한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8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 주차장에서 체포됐다.
앞서 지난해 7월 광주지검 강력부는 대마를 밀수입한 혐의로 30대 미국인 교사를 구속했다. 이 교사는 미국에서 국제우편으로 대마 1.2㎏, 2500여 명이 흡연할 수 있는 양을 국내로 몰래 들여온 혐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 광주외국인학교 측은 9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로버트 할리, 교사 마약 사건 등에 대해) 들은 바 없고, 이야기해 줄 내용도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시교육청 행정예산과 관계자는 “현행법이나 규정상 인가만 내줄 뿐 감사대상도, 보조금 지원대상도 아니고 이사장의 일탈로 인가를 취소할 뚜렷한 규정도 없어 즉각적 조치를 취할 것은 없지만 학교운영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긴급 현장 점검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할리는 미국 출신의 귀화 한국인이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한국에서 구수한 부산 사투리로 방송 활동을 하며 인기를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