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현장에서 교권을 침해받는 교사를 보호하기 위한 교권 강화 움직임들이 가시화 되고 있어 주목된다.
10여년 전 학생 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장치가 봇물을 이뤘다면 이제는 교권에 다시 주목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학생 인권과 교권 사이 갈등이 학교현장에서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2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함께 교권침해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26일에는 서울시교육청이 교사가 피소 당할 경우 최대 10억원까지 지원하는 교원배상책임보험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는 교권침해에 대한 고발 조치와 법률지원단 운영을 의무화한 교원지위법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선거에는 교권을 강조한 권정오 신임 위원장이 당선됐다.
교총 조성철 대변인은 지난해 31일 “아동학대 방지법과 초중등교육법, 학생인권조례 등 학생 인권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도입되면서 학생과 교사 간 권리와 의무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다”며 “학생들이 이를 오해하면서 제도들을 도입했던 취지와는 달리 학생 인권만 강조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주장했다.
2010년 경기도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첫 시행한 이후 학생 인권은 사회적 화두가 됐다. 체벌과 소지품 검사 등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학교 현장에서 금지했기 때문이다.
교사노동조합연맹 김용서 사무총장은 “학생들이 자신의 인권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는데 다른 학생이나 교사처럼 타인에 대한 인권에 대한 의식까지는 향상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 현장에서는 교권 침해 사고가 빗발쳤다.
지난해 조훈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에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는 인권조례 시행 전인 2010년 130건에서 조례 시행 후인 2012년에 1691건으로 급증했다.
교총에 따르면 2017년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508건으로 10년 전인 2007년 204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학생 인권이 강조된 지 10년이 지나고 교권으로 관심이 쏠리면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다시 충돌하지 않으려면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권 강화로 다시 학생 인권이 축소되면 갈등 재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대변인은 “교육현장 침해가 학생으로부터 촉발된 건지 교사로부터 촉발된 건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과 교사 각각에 맞춰 인권이나 교육현장을 침해하는 상황에 맞는 제도적 보완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 김영식 정책위원장은 “학생과 교사가 함께 규칙을 만들고 합의를 해 나가는 과정이 뚜렷하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며 “학생 인권과 교권을 보호하는 게 전혀 다른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울교사노조 이영탁 정책실장은 “지금은 학교 현장에서 교권을 침해받았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 없어 교사들도 욕을 들으면 감정적으로 격해질 수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적용가능한 교권침해 대처 매뉴얼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수업일수만 채우면 진학을 하는데 영국처럼 일정 점수를 확보하지 못하면 유급하는 제도를 활용하면 학생들이 수업현장을 마냥 등한시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학한 전 정책실장은 “교사, 학생, 학부모 간 논의를 통해 해결을 해 나가야 한다”면서도 “학교 현장의 갈등이 격심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마냥 미룰 수는 없다.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