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매점의 패러다임을 바꾸다
광주시 북구 누문동 광주제일고등학교(교장 이승오) 매점 ‘일번지#’은 광주지역의 여타 초.중.고 학교의 매점과는 달리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이 매점은 100% 유기농 친환경 재료로 만든 빵 종류인 머핀과, 천연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100% 유기농 우리밀로 만든 카스테라처럼 부드러운 빵인 머핀, 각종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진 아이스크림이다.
머핀은 광주 대인시장 엄마네 빵집에서, 아이스크림은 초록마을이나 한 살림처럼 마트·백화점 친환경 매장에서나 볼 수 있는 아이쿱 자연드림에서 만든다. 가격도 거의 원가로 제공해 무척이나 싸다.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21일 임정우 광주제일고 교감 선생님의 안내로 학교 중앙건물 뒤편에 자리하고 있는 ‘일번지#’ 를 방문했다. ‘일번지#’ 앞에는 임정우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양준서(2학년)학생 대표이사, 이지훈(2학년)기획팀장, 안민규(2학년) 운영팀장, 김태희(2학년)홍보팀장 등이 나와 있었다.
‘일번지#’에서 만난 학생대표 이사와 각 학생 팀장들은 ‘우리학교 매점 짱’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높게 치겨 올려 세웠다. 재학생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학생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학교를 더욱 사랑하게 됐다고도 했다.
‘일번지#’은 지난해 10월 26일 약 두달 전 쯤 처음 문을 열었다. 유기농 친환경 빵과 아이스크림이 있기 전에는 여느 학교와 같이 각종 튀김과자, 햄버거, 냉동식품. 피자 등을 팔았다.
쉬는 시간에 이 매점을 찾은 김은수(1학년)군은 “빵을 먹어보니 달지도 않고, 짜지도 않다, 아침에 급하게 나오느라 아침밥을 거의 챙겨 먹지 못하는데 아침 대용으로 딱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성민(2학년)군은 “처음에는 거의 밋밋해서 맛이 없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나도 모르게 매우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밝혔다.
광주제일고 매점 이름인 ‘일번지#’은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일주일동안 학부모, 교직원, 학생 전체공모를 통해 지어졌다. 공모에는 가치만드는 가치, 라온마루, 매학당 등의 이름이 올라와 경합을 펼쳤지만 최종에는 ‘일번지 #’이 선정됐다.
일번지의 뜻은 제일 먼저 생장, 발육하는 싹이나 가지를 뜻하고, #은 여러 형태의 유통업체를 의미한다고 임정우 교감은 밝혔다.
학부모인 이범주 이사장은 “우리 매점은 다른 학교 매점과 달리 다른 운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영리 추구 목적이 아니라 바람직한 먹거리 제공과 더불어 학생들의 교육 복지 증진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일번지 #’ 의 시작은 지난해 1월 있었던 교직원 워크숍에서 시작됐다. 매점운영으로 각종 학교 교육활동 지원을 하고 있는 서울 삼성고를 탐방한 후 본격적인 협동조합 설립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월 5일부터 한달간 발기인과 조합원을 모집한 뒤, 6월 창립총회를 열고, 8월 교육부 설립 허가를 받고, 9월 광주일고 교육협동조합 설립등기 과정을 거쳐 최종 10월 26일 문을 열었다.
이같이 1년도 안돼 빠른 속도로 교육협동조합이 만들어 진 것은 더불어 함께 가는 학부모와 학생, 학교 측의 공감대가 서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5000원, 학부모와 교직원들은 2만원이상 조합비를 십시일반 모아 1천 563만원의 돈을 마련했고, 여기에 광주시민단체인 살림이 적극적으로 도우면서 광주일고 교육협동조합의 시작인 매점이 탄생했다.
현재 ‘일번지#’ 이 있기까지는 약간의 오해도 있었다. 임정우 교감은 “학부모들은 학교에 전교조와 같이 또 다른 압력 단체가 생기는 것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고 했다.
하지만 임 교감은 “‘일번지 #’을 통해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 이용, 학생자치와 복지 지원, 조합원 교육, 협동조합 홍보, 지역사회 공헌 등의 일을 설명하고, 교육협동조합 설립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지역사회와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취지에 서로 공감했다”며 “앞으로 매점이 학교 공동체 구심점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영기자/samnam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