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난 다음날인 지난달 24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들은 후련하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운 표정으로 등교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사실에는 기뻐하면서도 국어와 수학 등 주요 과목 난이도가 높아 가채점 결과 만족할 만한 점수는 얻지 못했다는 학생들이 많았다.
교실에 삼삼오오 모인 학생들은 전날 치러진 시험에 대해 이야기 하거나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등을 묻는 등 대체적으로 밝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서초동 서초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시험이 끝나 한결 편안한 표정을 보였지만 “국어와 수학이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들은 문·이과 구분 없이 대체적으로 국어 비문학 영역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송민진(문과)양은 “국어 비문학을 풀면서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정책 관련 지문
이 눈에 잘 읽히지 않아 반절만 맞출 수 있었다”며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았고 국어는 전혀 시간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고범석(이과)군은 “비문학에서 기술·경제 관련 지문이 너무 까다로웠다”며 “수학은 엄청 어렵지는 않았는데 3등급컷이 84점으로 예측될 정도로 굉장히 높아 불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과에선 수학이 당락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 학생도 있었다. 최리예(이과)양은 “친구들은 국어가 어렵다는 의견이 대체적으로 많았는데 저는 수학이 어려웠다”며 “수학에서 새로운 유형들이 나와 확실히 당황스러웠다. 전체적으로 아주 어렵진 않았지만 어떻게 해야될지 생각을 해봐야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서울 여의도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승준(이과)군은 “평소 모의고사보다 못봤고 생각했던 것보다 가채점 결과가 더 안나왔다”며 생각보다 1등급컷이 높게 나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김상원(문과)군은 “가채점을 해보니 망했는데 논술을 잘 보기 전까진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며 “특히 사회탐구영역 동아시아사의 유형이 새로워서 어렵게 느껴졌다”고 하소연했다.
진학교사들은 1교시인 국어가 무척 어려워 당황한 학생들이 많아 보인다는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서초고 황병숙 3학년 부장은 “국어 비문학이 너무 어려워 당황해서 실력발휘를 못 했다는 학생들이 꽤 많다”며 “가채점을 하고 나니 (예상보다) 많이 틀렸다는 아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문학에서 역사·철학 등 인문학 관련 지문이 나오면 문과 학생들이 유리하고 자연과학 등이 나오면 이과 학생들이 유리한데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봤을 때 비문학 영역은 이과 아이들에게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올해 처음으로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는 대체적으로 평이했다는 분석이다. 영어는 1등급 비율이 9%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황 부장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은 영어에서 대부분 1등급이 나오기 때문에 영어는 중하위권 학생들에겐 몰라도 상위권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