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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줄어드니 교부금 칼 빼든 재정당국…교육계 우려 목소리

재정당국이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초·중·고등학교 교육에 쓰이는 교부금을 삭감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교육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생이 줄수록 오히려 세심한 정책과 더 많은 교육비 투자가 필요한데 교부금을 줄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다.

 

2일 관계부처 합동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올해 4월 교육부, 행정안전부와 공동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을 검토할 예정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 총액의 20.79%와 교육세 세수 일부의 합계로, 시도교육청에 배분해 초·중·고 교육비 재원으로 사용한다. 전체 17개 시도교육청의 재정 75% 가량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막대하다.

 

재정당국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들면서, 적정 수요 등을 종합 고려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 방식 개선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한훈 기재부 차관보는 지난 20일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방교육재정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차원에서 제도 개편을 하는게 대 원칙”이라며 “우선적으로 공동사업비 제도를 도입해 내년에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사업비 제도를 통해 시도교육청 교부금을 대학(고등교육), 평생교육 등에 쓸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놓자는 취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2월29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한 발 더 나아갔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현행 내국세 연동 방식을 유지하면 오는 2060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액은 2020년 대비 3배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반면 학령인구는 같은 기간 44.7% 감소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행 교부금 총량 산정방식은 초·중·고 교육비 재원 마련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며 내국세 교부율 대신 학령인구 증감을 반영해 1인당 경상 국내총생산(GDP)의 27%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초·중·고 교육에만 쓰도록 한 칸막이를 허물어야 한다며 기재부가 도입 방침을 밝힌 ‘공동사업비 제도’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이를 두고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뒤집어 말하면 전체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니 국가 재정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인구가 줄며 초고령사회가 되면 한 사람의 인재가 소중해지기 때문에 교육재정이 투입돼야 할 영역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예로 보육환경 개선을 위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관리주체가 나뉜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꼽힌다. 이를 실현하려면 현재보다 많은 교육비 재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보통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12월20일 한 간담회에서 “출생은 개인이 선택하지만 보육·양육·교육은 완전히 국가, 공동체의 책임이라 생각해야 한다”며 “유치원과 보육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누리과정 재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족해 국비가 투입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시도교육청과 중앙정부가 재원을 누가 책임지냐를 놓고 갈등을 빚었다. 이른바 ‘누리과정 사태’로, 당시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이 예산을 분담하는 한시적 특별회계가 도입됐다. 일몰기한은 한 차례 연장돼 올해 말 종료된다.

 

정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한국판 뉴딜 2.0’에도 교육비 지출이 꼭 필요한 사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결손 해소를 위한 기초학력 전담강사, 다문화 학생 맞춤형 지원 등 ‘교육회복 종합방안’이 담겨 있다. 이 또한 시도교육청이 수행해야 하는 사업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한국판 뉴딜의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에 추가해 ‘휴먼 뉴딜’을 또 하나의 새로운 축으로 세우겠다”며 “날로 커지고 있는 교육과 돌봄 격차 해소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교원단체에서도 학생 수가 줄었으니 교육재정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시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정책실장은 “지금은 60명이 한 반에 모여서 주입식 수업을 받던 시절이 아니다”면서 “전세계적으로도 그렇고 우리 교육부도 현장에서 토론식 수업, 프로젝트 학습과 같은 창의적인 수업을 강조하는데, 지원을 늘리지는 못할 망정 교육예산을 삭감하려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동하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책위원도 “당장 인구가 감소하는 전남 등 농어촌 지역에서는 다문화 학생이 전체 15%를 넘는 곳도 나온다”며 “내국인 출생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 다문화 학생을 가르치는 전문 교사를 늘리는 등 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산업구조를 유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교육부도 지난해 12월27일과 30일 두 차례 설명자료를 내면서 KDI의 재정축소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재정당국이 국책연구원을 앞세운 교육재정 축소 여론전에 나선 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학생 수만을 기준으로 지방교육재정의 규모를 산정한다면 결과적으로 인적자원 투자 축소를 가져오게 된다”며 “KDI 연구를 토대로 산출된 교부금 전망은 코로나19와 같은 재해, 급격한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경기가 악화해 세수가 줄면 KDI 예측과 반대로 교육예산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 개선과 관련한 정책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시도교육청과 학교 등 현장과의 긴밀한 협의를 전제로 사회적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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