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역사의 전남 순천시 강남여자고등학교가 수년간 소문만 무성했던 교정 이전을 본격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강남여고에 따르면 이 학교 이사장과 상무이사는 14일 전체 80여 명의 교직원 중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교 이전사업 설명회를 갖고 이전을 공식화했다.
이전할 부지와 예상 조감도 등을 담아 프리젠테이션으로 진행한 학교 이전사업 설명회는 이사장과 상무이사가 차례로 추진 과정을 전했으며, 교사들의 질문 답변이 이어졌다.
이사회 측은 학교 이전 사유에 대해서 기존 교정의 노후화로 신규 건물로 변화를 줄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2022학년도부터 부분 도입되고 2025학년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인 ‘고교학점제’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 보다 많은 교실이 필요한 것도 이전의 중요 배경으로 꼽았다.
이사회 측은 이에 따라 기존 교정을 매각하고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와 선월지구 사이 3만8000여
㎡(1만1500평) 부지 구매를 위해서 가계약을 하는 등 90% 이상 부지를 확보해 놓은 점도 공개했다.
일부 토지는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매입을 자신하기도 했다.
이사회는 이전 계획에 따라 교육청과 순천시와 협의가 끝나면 1년간 학교를 신축한 뒤 2023년 12월께 준공식을, 2024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600여명의 여학생수가 그대로 유지될 지, 정원 조정 및 남녀 공학 전환 여부는 추후 논의과정서 거론될 전망이다.
이사회 측은 신대지구 이전 부지의 경우 15~20도 경사가 있지만, 광양만 바다가 조망되고 대나무숲 등 주변에 경관 조경을 도입하면 멋진 교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주변에 있는 영화관도 학생들의 문화시설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교직원들의 협조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전 부지 설명과 장점을 부각하던 강남여고 이사회는 기존 학교 주변의 공동주택 밀집에 따른 주거환경 변화로 등하교 시 차량이 몰리고 잦은 정체로 발생하는 주민 민원, 면학 분위기 저해도 이전 사유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여고 이전 조짐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인근의 한 중학교 3학년 학부모는 딸이 강남여고에 진학해야 하는데, 학교를 옮기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해진다고 하소연했다. 집 주변에 당장 진학할 학교가 마땅치 않다는 취지지만, 강남여고 주변에 거주하면서 자녀 진학을 걱정하는 부모가 한둘이 아니다.
일부 졸업생들은 고교학점제 및 38년 교정의 노후화는 학교 이전을 위한 꼼수라고 주장했다.
현 위치가 공동 주택 밀집지에 자리하고 노른자위 땅이어서 아파트 건설업체에 부지를 넘기고, 땅값이 보다 저렴한 곳으로 옮기면 차액이 수백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보기도 했다.
주변 주민들의 경우 학교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지역 정서적 차이를 들어 이전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이사회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기존 부지에 증축할 수도 있으나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육부 예산이 언제 편성될지 알 수 가 없어서 학교 이전을 통해서 안고 있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한다”며 “90% 상당 부지를 확보한 상황에서 교육 당국과 지자체와 다양한 협의 및 부지에 대한 검증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무이사 황모 씨는 “작년부터 인근 중학교에도 이전계획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으며, 고교학점제에 대비해 교실 수를 늘려야 하므로 기존 자리 증축보다 이전안 추진을 위해 칼을 먼저 뽑았다”며 “다만 지역의 반대를 무릅쓰고 옮길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