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깃발법’은 코미디죠. 미래 주역은 ‘디지털 원주민’인 우리 학생들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방역 첫날인 6일 오전 전남도교육청 5층 상황실. “빈틈없는 방역”을 주문하던 장석웅 교육감이 코로나19로 달라진 교육현장을 언급하며 두 가지 용어를 힘줘 강조했다.
‘붉은깃발법’과 ‘디지털 원주민’.
“등교 개학하면 곧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단언컨데 그 일상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다를 것이고, 크나큰 변화와 충격이 없었던 것처럼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며 원격수업을 가능케 한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또 “4차 산업혁명의 거센 파고와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였고, 신인류는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사용하는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나 ‘디지털 원주민’에 의해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새로운 생활양식을 창출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문명은 이미 정해진 미래고, 그 주역은 포노사피엔스,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불리우는 우리 학생들”이라며 “디지털 문명으로의 전환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어렵고 불편하지만 적응하고 도전해야 할 절체절명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것은 획일화, 표준화된 방식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근대학교교육은 유효기간이 끝났고, 교실공유 교육시대는 가고 개인의 개성과 요구가 특화된 인공지능 원격교육시대가 도래했다”며 “학교의 기능, 교사의 역할, 교수학습 방법, 교육행정 등 기존의 교육 패러다임은 이젠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득권 세력의 규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토해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은 신인류의 디지털 혁명에 규제로 맞서왔다”며 암호화폐, 차량공유, 숙박공유, 원격진료, 인터넷은행 등 기존 생태계에 충격을 줄만한 모든 플랫폼이 줄줄이 규제의 덫에 걸린 점을 강조했다.
장 교육감은 “정보기술은 발전했지만 구시대 문명기준으로 사는 게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이라고 비판한 뒤 ‘붉은깃발법’을 예로 들었다.
붉은깃발법은 1965년 영국에서 만들어진 법으로, 자동차가 등장한 후 마차산업을 보호하고 마부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속 30㎞로 달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최고 6㎞, 최하 2㎞로 제한한 법률이다. 30년간 유지된 이 법으로 인해 영국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었고, 결국은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켜서 자동차산업 후발주자라고 할 수 있는 독일과 미국에게 그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장 교육감은 이를 “코미디 같은 법”이라고 꼬집은 뒤 “신기술과 신산업을 반대 규제하고, 새로운 사회의 도래를 깨닫지 못하는 무지와 시대착오적 인식이 안타깝게도 아직도 우리 사회에 엄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을 계기로 ‘미래교육 추진 관련 테스크포스(TF)’를 만들고, 등교개학 후 교사들이 수업과 생활지도, 방역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교과수업 이외 체험학습, 범교과, 불요불급한 행사는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공문과 교육 외적 업무를 대폭 경감하고, 최근 개통된 화상회의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출장 등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순차적 등교개학의 1단계로 고3이 등교하는 오는 13일 전교생 60명 이하 농·산·어촌 학교 365곳이 동시개학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