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교육청이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을 앞두고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6대 남북교육교류 사업이 사실상 올스톱됐다.
북미 냉각 등으로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교육 분야에도 동맥경화가 심화되고 있어 정부 차원의 교류 물꼬트기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시 교육청은 지난 2월 올해 첫 대규모 민간 남북교류사업인 ‘금강산 새해맞이’에 장휘국 교육감이 남한 교육 부문 대표로 참석한 것을 계기로 북측 대표인 조선교육문화직업동맹 측에 남북 교육교류 6대 사업을 공식 제안했다.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 기념행사에 북측 대표단을 공식 초청하고 관련 자료 교환과 공동조사는 물론 평양 역사문화 견학단 파견, 남북 청소년음악제와 공동 출판사업 등이 주된 골자다.
시 교육청은 특히 올해로 90주년을 맞는 학생독립운동와 관련해 남북한 역사교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공동조사단을 구성한 다음 참여학교 현황을 파악하고, 서적·영상 등 연구 성과물과 교과서 서술 현황 등을 공유하는 한편 현장 공동답사를 진행하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1929년 학생독립운동에 참가한 북측학교는 133곳으로 전체 320곳 중 41.6%를 차지한다.
특히, 시 교육청은 우리 정부가 주관하는 광주학생독립운동 90주년 기념행사에 북측 대표단을 초청하기 위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등을 통해 교육감 서신과 초청 제안서를 수차례 전달했다.
북측이 응할 경우 일제 강점기 학생항일운동에 관한 남북교육회의를 열고,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함께 기리고, 정신계승을 위한 ‘남북 고등학생 축구대회’ ‘남북 청소년 음악제’도 열 계획이었다.
또한 광주지역 고교생 40명으로 견학단을 꾸려 평양의 학생독립운동 기념물과 유적지를 둘러보고, 고구려 유적지와 교육기관을 탐방한 뒤 이를 바탕으로 평양과 개성, 금강산, 백두산 등지로 견학지를 확대하자는 중장기 복안도 제시했다.
이밖에 남과 북이 힘을 모아 창의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남북 합작 교육도서 출판사업을 통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고 교육용도서인 동화책과 만화책 등을 공동 창작해 출판·보급하자는 프로젝트도 제안했다.
그러나 북미대화가 잇따라 결렬되고 대북제재와 미사일 발사, 외교 설전 등으로 북미, 남북 관계가 얼어 붙으면서 교육교류 사업도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교육국장을 단장으로 정책국과 산하 민주인권생활교육과를 중심으로 남북 간 실무진 논의도 진척이 없다.
실제로 시교육청은 북측이 초청에 응할 경우 90주년 기념식 참석과 평화통일수업, 학생독립운동 기념탑 참배와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답방, 남북 대표단 간담회 등을 추진할 예정이었으나 모두 백지화됐다.
대신 올해 기념식에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교포 자녀와 인솔교사 17명이 1박2일간 광주에 머물며 기념식 참석, 기념탑 참배, 원탁 토론, 역사관 관람 등에 나설 예정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이 안되면 교사들이라도 교류하자고 변경제안도 했지만 진척이 없는 상황”이라며 “대신 독립, 평화, 교류라는 지향점 아래 해외 교포 자녀 교류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장 교육감은 6대 사업 제안 당시 “통일교육은 동질성 회복과 ‘친근감갖기’에 초점을 맞춰야 하며 효과가 가장 큰 것이 학생, 교사 교류”라고 밝혔고, 지난달말 남북교육교류 협력을 위한 국제포럼에서는 “광주에 국한되지 않고, 북측까지 확산된 학생독립운동의 정신을 완성하는 게 통일이고 교육이 ‘자기 몫’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류를 강조하는 발언은 국제포럼 내내 이어졌다. 송영길 국회의원은 “대량 살상무기나 다름없는 대북 제재를 풀고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고 ‘대구에 사는 평양시민’ 김련희씨는 “남북 통일로 다시 합치자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라고 반문했다.
빌리 아이젤레 전 독일 뮌헨 퓌르슈텐리트 교장은 ‘동서독 학생 교류 사례와 의미’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꾸준히 진행된 동독과 서독의 청소년 교류는 독일 통일운동에 분명한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