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정원‧미래교실로 “전남 학교의 변화는 계속된다”
획일적 모습 탈피 배움과 쉼 공존하는 ‘전남형 교육 환경’ 주목
“종종 쓰레기가 눈에 띄던 공간에 생명이 피고, 삭막하기만 했던 마당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이곳을 지날 때마다 기분이 참 좋습니다. 공간의 변화가 주는 ‘힘’이 무엇인지 옥상정원에서 배우고 있어요.”
지난 11월 3일 해남동초등학교의 ‘2023 학교 교육 변화 공개의 날’에서 만난 교직원과 학생들은 이처럼 입을 모았다.
전라남도교육청(교육감 김대중) 학교공간혁신사업에 선정돼 공간혁신을 추진해 온 해남동초는 학교 후관 야외마당을 배움‧생태교육을 펼치는 옥상정원으로 새 단장 하고, 이날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에는 교직원, 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주민들이 함께해 큰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지난 4월 계획 수립부터 직접 참여해 온 학생들은 학교 공간 중 어떤 곳을 변화시킬지 결정하고, 이를 어떻게 꾸밀지 기획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이날은 머리를 맞대 그려본 옥상정원이 실현되는 과정을 선보이는 자리여서, 학생들의 얼굴에 설렘과 뿌듯함이 가득했다.
해남동초 옥상정원의 이름은 교육공동체 모두가 중심이 돼 아이들을 위한‘애(愛)’교육을 펼쳐나가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아 ‘아틀리애(兒틀리愛)’로 정했다. 그 의미처럼 정원 곳곳에는 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녹아있다.
복도에서 옥상정원으로 통하는 문을 열면, 초록 잔디가 펼쳐진다. 그 오른편으로는 수시 공연이 가능한 야외무대가, 정면으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낙서판이 길게 들어섰다. 곳곳엔 벤치, 캠핑 의자가 놓여 있고 옆 통로로 건너가면 쪽파, 상추, 허브 등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작은 텃밭이 조성됐다.
옥상정원에서는 텃밭·작은 정원을 활용한 생태 교육 뿐 아니라, 놀이·학예회 공연 연습·동아리 활동, 피크닉 등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상곤 담당 교사는 “복도 창문 너머로 쓰레기를 투척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정원을 가꾸고 정돈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자연 친화적인 수업 공간,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는 또 하나의 교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 되는 교실, 다 품은 학교’를 슬로건 삼아 추진 중인 전남교육청의 학교공간혁신사업은 올해 초 16교, 중 8교, 고 7교, 특 2교 총 33교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사업이 마무리되는 대로 일반에 공개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11월에는 이날 해남동초를 시작으로 신풍초, 전남외고, 순천매산고 등이 예정돼 있다.
이처럼 공간혁신사업이 진행되면서 교탁을 향해 일렬종대로 늘어선 책걸상과 특징 없이 단순하기만 한 복도의 풍경은 이제 옛말이 됐음을 실감할 수 있다. 기존 학교의 획일적인 모습에서 탈피해 무한 변신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고흥 포두중학교는 교실 ‘벽’을 허물고 배움과 쉼이 공존하는 미래형 교실을 선보여 공간혁신의 선례로 주목된다.
전교생 41명인 포두중은 학생 수 감소에 따라 공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교실 크기를 3분의 1로 줄이는 혁신을 시도했다. 학생 수가 많던 시절에야, 교실 뒤편까지 책걸상이 빽빽했지만 학급 당 10여 명에 불과한 지금은 오히려 큰 교실이 학생들에게 부담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포두중은 교실 한편에 스터디룸, 마루방을 만들어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 공부하고, 쉬어가는 아늑한 공간으로 변화를 줬다. 대형스크린을 설치해 창의적인 모둠 활동과 발표회가 가능하고, 통 창 너머 보이는 울창한 나무들은 작은 쉼을 선사한다. 특히 2학년과 3학년 교실 사이에 필요시 여닫을 수 있는 접이식 문을 설치해, 학년 간 합동 수업이나 다양한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미래 교실’의 면모를 갖췄다는 평가다.
학생 맞춤형 공간혁신이 이뤄지면서 본관 1층 모습도 바뀌었다. 그동안에는 교장실, 교무실이 자리했던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교실과 도서관 등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순천왕지초 도서관은 외부와의 연결성‧개방성을 고려해 1층에 자리 잡았다. 단순히 책을 빌리는 곳을 넘어, 독서토론‧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독후 활동이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또 곡성 삼기초는 복도를 통하지 않고, 바로 운동장으로 통하는 개방형 교실로 구성됐다. 탁 트인 유리문은 개방감이 느껴지고, 교실 뒤쪽으로는 옹기종기 모여 놀 수 있는 다락을 마련해 교실 속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밖에 갤러리‧북카페‧카페테리아로 꾸며진 로비 공간, 자연과 더불어 뛰노는 운동장, 창의력을 자극하는 실내 놀이터 등 전남 학교들의 변신은 계속되고 있다.
김종훈 그린스마트미래학교추진단장은 “학교 공간혁신은 단순히 물리적인 변화를 넘어, 학생 맞춤형 미래 교육을 이끄는 새로운 힘이 될 것”이라며 “교육과정과 연결된 삶, 배움이 공존하는 전남형 미래교육 환경 조성을 위해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