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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도 근거법령 없이 원격수업 시작…교육부는 뭐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으로 2학기도 원격수업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정규수업 인정 여부와 평가, 출결 등을 규정한 명확한 법적근거가 없어 근거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교육부와 정치권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7월14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학교 원격수업의 법적 토대를 삼을 가칭 ‘원격교육기본법'(가칭)을 제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한 달여 동안 진척이 없는 상태다. 독자 법안을 낼 지 기존 법령을 개정할 여부도 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학기 코로나19 유행으로 초·중·고교 교실 바깥에서 EBS 온라인클래스 등 학습관리시스템(LMS)를 이용한 원격수업이 진행됐지만, 엄밀히 따지면 이는 법에 근거가 없는 임시방편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의) 수업은 주간·전일제를 원칙으로 한다. 다만 법령이나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방송·통신수업 등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원격교육 기본법에 법적 근거를 만들고, 정기적으로 당국이 원격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입법에 속도를 내겠다고 호응했다.

 

그러나 지난 26일부터 수도권에서 전면 원격수업이 이미 시작된 현재까지도 뚜렷한 발표 시점이나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상범 교육부 전략기획팀장(과장)은 “원격교육 자체가 이제 처음 논의되는 것이라 원격교육기본법과 같은 독자적인 법을 제정하는 게 맞을지, 기존 법령을 개정하는 게 맞을지 내부 연구를 맡겨놓았다”면서도 “연구를 정식으로 발주한 것은 아니라 기한이 정해지지는 않았다. 자문단에게 문의한 상태”라고 답했다.

 

이해관계자들과의 공청회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한 기본법 제정보다 기존 법령 개정을 택하는 등 후퇴 가능성도 점쳐진다.

 

국회에서는 원격수업 관련 기존 법의 해당 조항을 손질하거나 새 조항을 덧붙이는 형태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6건 발의된 상태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같이 원격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법에 명확히 명시하고, 정식 수업일수로 보장한다는 등을 담은 조문을 추가하는 수준이다.

 

교육계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위기를 넘겨도 다른 감염병이나 기후위기 등 언제든 등교가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원격수업 법령을 신속히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격수업이 시작되면 학교 운영예산은 어떻게 충당해야 하는지, 출결과 평가, 이수기준과 개인정보 문제가 현재는 교육부 지침으로 이뤄지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쌍철 한국교육개발원(KEDI)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 등은 오는 31일 발행되는 ‘교육 분야 감염병(코로나19) 대응과제’ 연구보고서에서 “현행 법령에는 원격교육의 개념, 범위, 수업 방법, 평가 및 결과 기록, 교원 배치, 교육과정 운영 방법 등에 대한 기준이 부재하거나, 일반 학교에 적용하는 기준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며 “교육 정책의 출발점은 관계 법령을 제정하는데서 시작한다”고 법 제정 필요성을 지적했다.

 

연구진은 제정될 원격교육기본법에 감염병 상황처럼 원격수업을 정규수업으로 인정하는 요건과 방법도 규정해야 한다고 봤다. 한 학기 이수 가능한 학점은 얼마인지, 평가 후 학교생활기록부에 점수는 어떻게 기재해야 하는지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독립된 형태의 ‘원격교육지원센터’가 학교의 원격교육을 전담 지원할 수 있도록 법에도 설치 근거를 담아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쌍철 본부장은 “현행 법은 원격수업을 굉장히 포괄적인 수준에서 규율하고 있는데 일부 법령은 방송통신중·고교처럼 1970년대식에 머물러 있어 현재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체계를 잘 갖춰놓으면 감염병이 왔을 때 잘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법 정비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교육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법률안 제정이 흐지부지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교육부는 원격수업 인프라 구축에만 집중하고 있으며 원격수업 근거 법령은 아무 것도 추진 중인 게  없다고 확인했다”며 “빠른 시일 내 법을 제정하기는 어려운데 법 자체가 마련되기도 힘들 전망”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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