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직업교육 모델로 기대를 모아온 산학일체형 도제학교가 크고 작은 문제점을 노출하면서 운영 전반에 대대적인 손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학생, 교사, 기업 모두 콘텐츠와 교육과정, 연계성 부족 등에 불만이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학일체형 도제학교는 한국의 학교중심 직업교육과 독일·스위스의 산업현장중심 도제식 직업교육의 강점을 접목한 새로운 직업교육 모델 창출과 청년 취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2014년부터 추진 중이다. 전남에서는 2014년 광양하이텍고가 처음 선정된 이후 2015년 9개소, 2016년 6개소가 추가선정돼 모두 16개 학교(전체 특성화고의 37%)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153개 기업과 644명의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
19일 전남도교육청에 따르면 산학일체형 도제학교 실태조사 TF팀이 지난해 10∼12월 16개 도제학교 학생 482명과 담당교사 16명, 25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제학교 운영 전반에 걸쳐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운영 목적과 학생들의 참여 동기 간 괴리현상이 컸다. ‘심화된 교육훈련을 받고 싶거나’, ‘졸업후 채용을 위해서’ 등 운영 목적에 걸맞는 경우는 각각 19.0%와 21.6%에 그친 반면 ‘교육도 받고 수입도 생겨서’라는 응답은 62.3%에 달했다.
특히 도제기업에서 주로 하는 일을 묻는 질문에 당초 참여 분야인 용접이나 전자응용개발, 절삭, 미용, 조리 등은 10%미만, 일부는 1%에도 미치지 못한 반면 청소는 20.4%, 허드렛일은 12.1%, 기타(페인트칠, 크레인 조정, 본드 칠하기 등)는 43.9%나 됐다. 응답 학생의 38.3%는 ‘학교와 기업에서 배운 내용이 전혀 관련성이 없었다’고 답했다.
10명 중 6∼7명은 ‘일하다 다칠 수도 있겠구다’고 느꼈고, 실제 ‘다친 경험이 있다’는 학생도 33.7%에 달했지만 다친 학생의 42.5%는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고, 66.4%는 개별 부담으로 처리했다. 참여기업에 채용된 학생은 27.4%에 그쳤다. 3학년 학생의 53.2%는 ‘도제반을 다시 선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도제학교 교사(도제부장)들의 경우 56.2%가 기업체 발굴과 업무 과중에 따른 스트레스를 호소했고, 68.7%는 ‘도제교육 과정이 학교 교육과정에 부합하지 않다’고 답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기업 OJT(직장 내 교육 훈련) 간 불일치에다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해 중도 포기자도 속출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도제기업의 경우 기업현장교사가 도제학생을 전담하는 사례는 전혀 없었고, 도제교육 후 취업으로 연결될 확률도 낮다는 답변이 주류를 이뤘다. 대학 진학, 열악한 근무환경, 인력 충원 계획 부재 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학교교육과 현장교육과의 연계성 부족, 기업에 요구되는 과도한 행정 업무, 기준 미달 업체가 상당수에 달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도제업체가 하청업체에 도제학생을 훈련시키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대불산단 모 도제기업의 경우 하청업체에 학생들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도제학교 TF팀은 실태조사를 토대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 혼란과 부수적인 문제 발생 등으로 제도 운영 전반에 대한 검토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