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 여고생 성폭행 사건과 관련, 가해자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측 변호인이 ‘치사’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에 대한 부당성을 주장하며 검찰의 항소를 촉구했다.
21일 피해자 측 변호인인 김형주 변호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심 판결에 대한 부당성과 이에 따른 검찰의 항소를 바라는 의견서를 광주지검에 제출했다.
1심이 ‘치사’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은 부당한 만큼 항소를 통해 이를 바로잡아 달라는 취지다.
변호인은 ‘성폭행 등에 의한 치사상죄에 있어 사상의 결과는 간음행위 그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나 성폭행의 수단으로 사용한 폭행으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 성폭행에 수반하는 행위에서 발생한 때도 포함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며 1심 판결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또 “문헌상 통상 치사량에 해당하는 혈중 알코올농도는 0.4% 이지만,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인한 175개의 사망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는 평균 혈중 알코올농도가 0.35% 이었다”며 “실제로는 더 낮은 알코올농도인 경우에도 충분히 사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가 당시 만 16세의 미성년자로 평소 음주 습관이 없었던 점, 소주 3∼4병은 성인 남성이 혼자 마시기에도 많은 양으로 피해자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았던 사실, 여고생인 피해자가 이 같은 양의 술을 마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점을 참작해 달라”고 덧붙였다.
즉 1심은 피해자가 음주에 이르게 된 경위, 섭취한 알코올의 양 및 혈중 알코올농도, 알코올로 인한 호흡 저하 가능성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치사’의 점을 무죄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피해자 아버지는 소중한 자녀를 잃은 채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내고 있다”며 “항소를 통해 원심 판결의 부당함을 밝혀달라”고 강조했다.
이 사건과 관련, 지난 15일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송각엽)는 강간 등 치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A(18) 군과 A군의 친구 B(17) 군에 대해 각각 징역 장기 5년·단기 4년6개월, 장기 4년·단기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이들의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성폭행(특수강간) 혐의만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의도적으로 피해자를 만취토록 했다. 구토 뒤 실신까지 이르렀는데도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성폭행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피해자의 유족은 평생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며 이 같이 선고했다.
이들의 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 부검 결과에 따르면 급성 알코올중독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특별한 이상 징후가 발견됐다는 사정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이들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점을 예견하기에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A 군 등은 지난해 9월13일 오전 2시10분께부터 오전 4시15분 사이 전남 영광 한 숙박업소에서 C(당시 16) 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하고, 그대로 방치한 채 숙박업소를 나와 C 양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술 마시기 게임 뒤 C 양을 성폭행 하기로 하고, C 양에게 약 1시간30분 동안 3병(1병당 360㎖·알코올 도수 17.8%) 가량의 소주를 마시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C 양은 같은날 오후 4시께 객실청소를 하던 모텔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부검 결과 C 양은 급성 알코올중독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됐으며, 혈중 알코올농도는 0.405%에 달했다.
이 같은 선고 뒤 ‘가해자들을 엄벌해달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 항소 여부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