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중학교 역사·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과정에서 비밀 태스크포스(TF) 운영, 여론 조작, 홍보비 불법 처리 등을 기획·지시한 것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위원회는 위법·부당행위를 기획·지시한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형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 의뢰를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또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실무에 개입한 교육부 고위 관료 등을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의 혐의로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의 한계로 실제 국정화를 주도한 청와대 관계자 등의 책임을 낱낱이 규명하진 못했다. 위법행위에 가담한 장·차관 등 고위공무원중 일부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조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위원회는 감사원과 검찰에 공을 넘겼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난 7개월간의 조사내용을 종합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에 따라 2015년 10월 국정화 비밀 TF를 구성했다. 또 국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보수단체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모임’의 3차 성명서 발표, 보수 학부모단체를 통한 집단행동 계획 등을 수립했다.
박근혜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편성한 예비비 44억원중 절반이상인 24억8000만원이 홍보비에 사용됐는데 국정화 비밀 TF가 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계약법, 총리령 등을 위반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따라 위원회는 위법·부당행위를 기획·지시한 이병기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해 ‘형법’ 제123조(직권남용), 제355조(횡령, 배임),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라고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또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실무에 개입한 교육부 고위 관료 등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제56조(성실의무), 제59조(공정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위반 등의 혐의로 신분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위원회는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헌법 가치를 위반하는 행위뿐 아니라 많은 실정법을 위반하고 편법을 동원했다”며 “교육부는 공익을 추구해야 할 책무를 잊고 초기부터 ‘청와대 지시’, ‘장·차관의 지시’라는 이유로 많은 위법행위를 기획하고 실천했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같은 유사한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위법·부당행위자들에 대한 철저한 사법·행정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더라도 국정교과서 추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던 이들을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고 인사상 조치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게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 의지를 분명히 밝힐 것도 촉구했다.
위원회는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국정교과서로 개발중인 초등학교 사회과 역사교과서 폐지도 제안했다. 초등학교 사회교과서를 검정교과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기관이 아닌 교육부가 위원회를 꾸리고 자체 조사에 나서면서 진상 조사의 한계도 여실히 드러났다. 위원회는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적폐청산’을 기치로 내걸고 진상 조사에 나섰지만, 실제 국정화를 주도한 청와대 관계자 등의 책임을 낱낱이 규명하진 못했다. 위법행위에 가담한 고위 공무원 중 일부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조사 자체가 불가능했다. 결국 위원회는 감사원과 검찰에 공을 넘겼다.
위원회는 “위법행위에 가담한 민간인, 퇴직한 고위공무원 등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했고 청와대와 국정원 등 관련기관 문서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국정화 추진에 관여된 청와대 관계자의 책임을 규명하는데 여전히 미진함이 있다”며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져 불법행위가 명명백백히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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