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일부 특성화고등학교가 내년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재학생들을 학교 설명회에 동원하고 있어 수업권 침해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수 감소와 취업률 하락 등으로 위기감을 느낀 학교 측의 고육책이라지만, 교육당국의 잇단 금지공문에도 불구 기업체 영업사원을 방불케 하는 홍보전에 나서는 건 그릇된 관행이라는 지적이다.
4일 광주시 교육청 등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시작되는 2020학년도 특성화고 신입생 입학지원서 접수를 앞두고 일부 학교에서 재학생을 동원한 입학설명회 또는 진로설명회를 가졌다.
학교 현황과 교육 프로그램, 졸업 후 취업가능한 공공기관과 기업체에 대한 설명과 함께 브로셔와 팜플릿 등 각종 홍보물 배부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잉 홍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수업을 받아야 할 1, 2학년 학생들까지 학교 홍보도우미로 나서 일선 중학교를 도는가 하면 일부 학교에서는 어깨띠를 두른 채 학교 알리기에 나서 “영업사원 같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른바 ‘괜찮은 회사’에 취업이 확정된 3학년 학생들 가운데 일부만 동원됐던 과거 관행에 비춰보더라도 “너무 멀리 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수업권이 동시에 침해받는 상황도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특성화고교들이 논란 속에서도 신입생 모집에 올인하는 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인적자원 부족과 취업률 하락, 이와 맞물린 특성화고 위상 하락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1일 현재 광주지역 유치원과 초·중·고 학생수는 20만6856명으로 전년보다 8196명(3.8%) 감소했다. 전국 평균 감소율(2.7%)보다 높다. 유치원을 뺀 초·중·고만 따지면 광주는 18만여 명으로 20만명선이 붕괴된 지 오래다.
올해 특성화고 미충원 인원은 비인기 학교와 학과를 중심으로 350명에 달했다.
취업률 역시 2017년 1월 전주 LG유플러스고객센터 실습생사건과 같은 해 11월 제주 음료공장 현장실습생 사망 등을 계기로 현장실습이 취업 맞춤형에서 순수 학습 중심으로 바뀌면서 특성화고 취업률은 2016년 43%에서 2017년 24%, 지난해 23%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이에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학생과 교사들의 ‘홍보출장’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사학의 자율성과 위기 타개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이들 학교의 입장이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취업률을 올리려는 뼈를 깎는 노력보다는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고 신입생 모집에 매달리는 비정상적 모습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고 밝혔고, 또 다른 학교 교사는 “수업까지 빼먹게 하는 학생 동원과 무분별한 출장은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관행은 수년 전 사라졌다가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교육당국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재학생 동원 금지 공문을 수차례 공지했는데도 ‘우리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는 경쟁의식과 조바심이 학생 동원으로 이어진 것 아닌가 싶다”며 “현장 지도점검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