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은 학생인권조례 때리기 중단하라.
광주광역시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의 존엄과 가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1년 제정되었다. 조례 제정 이후, 광주광역시교육청은 민주인권교육센터를 설치하여 학생 인권 구제,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 학생의회 지원 등 업무를 활발하게 수행해왔다.
특히 학생 인권 구제 상담, 조사건만 하더라도 한 해 200~300여 건에 이르는데, 광주시교육청은 별도 심의를 거쳐 학생 인권침해, 차별 사안에 대해 시정 권고를 해왔다. 현재도 학생 인권침해, 차별이 존재하기에 학생인권조례는 필요하고, 오히려 인권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조례는 강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새내기 교사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교육 당국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학생 인권과 교권의 대립 구도를 만들어 학생인권조례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실 현장이 붕괴되고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를 재정비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 했고, 이정선 광주시교육감은 “의무와 권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두 조례(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조례)를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 입장의 밑바닥에는 새내기 교사가 죽은 이유는 교권이 추락했기 때문이며, 교권이 추락한 것은 학생인권 탓이라는 수준 낮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고인의 죽음을 정치 선동의 도구로 삼는 행태이며, 교권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적 책임을 학생들에게 떠넘기겠다는 비겁한 짓이다.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조항이 어찌 교사가 교육할 권리와 대립하겠는가. 학생인권이 교권과 대립하지 않으며 오히려 상생한다는 철학적, 교육적, 사회적 근거는 이미 차고 넘친다. 또한, 학생인권조례가 만들어지지 않은 곳에서도 교권 침해가 심각한 현실은 교육부의 입장이 단지 눈속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에는 ‘학생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규범을 준수하고 생명과 인간의 존엄을 중시하며 다른 학생 및 교직원 등 타인의 인권과 법적 권리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책무가 학생인권조례에 명시되어 있다.
오늘날 교실에서 교권이 무너진 것은 교권이 무엇인지조차 규정한 적 없는 제도의 태만, 교육을 시장과 경쟁으로 사고하는 야만적인 이념, 자치와 자율이 거세된 학교 현장의 피폐함 등이 종합적으로 악순환된 결과이다. 학생 인권이 무너질 때는 교사를 두들기고, 교권이 무너질 때는 학생과 학부모를 두들기는 방식으로 문제가 풀릴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민 기만이다.
이에 우리 단체는 인권이 존중되는 문화를 뿌리부터 일궈갈 풍토가 마련되기를 빌며, 특히 학생 인권과 교권이 공존하는 교육을 천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교육당국에 요구하는 바이다.
<요구사항>
* [교육부] 교육자치 훼손하는 학생인권조례 개입 중단하라.
* [광주시교육청] 뒷걸음질치는 학생인권조례 개정 중단하라.
- 7. 26.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