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초등학교 6학년부터 전면 시행 예정인 고교학점제를 명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과정이 나왔다.
2024년 초1·2부터 연차별로 확대 적용할 새 국가 교육과정은 초등학교에 선택과목을 도입하고 중학교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축소한다. 수업시수 축소 논란이 일었던 고교 한국사 과목은 기존(6단위) 수준의 6학점을 유지하기로 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오전 세종시 해밀초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확정해 이같이 발표했다.
교육부는 ▲미래사회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육과정 ▲학습자 삶과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과정 ▲지역·학교 교육과정 자율성 확대 및 책임교육 구현 ▲디지털 AI교육환경에 맞는 교실수업 및 평가체제 구축 등 4가지 방향을 토대로 총론 주요사항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교육과정이 추구하는 인간상으로 “자기 주도성, 창의와 혁신, 포용과 시민성 중심으로 현행 교육과정의 인간상을 재구조화한다”고 정했다.
학생들이 갖춰야 할 기초 소양으로는 언어와 수리 외에 디지털 소양을 추가로 강조하고, 모든 교과별 교육과정에 디지털 소양을 강화할 방침이다. 초등학교 34시간, 중학교 68시간, 고등학교는 정보교과 신설 후 선택과목을 개설한다.
생태전환교육과 민주시민교육 등 공통체 가치 교육도 강화한다. 특히 기후환경 변화 등에 대응하는 생태환경 교육을 교육목표와 전체 교과의 내용요소에 반영하기로 했다. 소규모 학교 및 초·중등 통합운영학교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직업계고에서는 직업 생활의 공통 기본소양으로 노동인권 및 안전의 중요성을 강화한다.
아울러 초등학교 수업에도 선택과목을 도입해 교과 외 체험활동과 진로교육을 더 확대한다. 이날 발표한 총론 주요사항에는 초·중학교가 교과 및 창의적 체험활동 20% 안팎을 자율시간으로 활용해 선택과목을 개발·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을 개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등 상급학교 진학 전 2학기는 진로탐색·설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진로연계학기’를 새로 도입한다. 중1은 자유학기, 고1 1학기는 진로집중학기를 운영한다.
초등학생은 1학년 입학 초 국어시간을 활용해 한글 해득교육을 강화한다. 아울러 1~2학년 학생들에 대해서는 주 2회 이상 신체활동을 할 수 있도록 수업시수를 대폭 확대한다. 이를 위해 ‘즐거운 생활’을 현행 80시간에서 128시간으로 늘리고, 안전한 생활 시수 16시간을 더해 총 144시간을 운영한다.
중학교는 1학년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축소하고, 대신 3학년 2학기를 진로연계학기로 운영한다. 편성 영역과 운영 시수는 1개 학기 총 102시간으로 적정화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4개 영역에서 ▲자율·자치 ▲동아리 ▲진로 3개 영역으로 개편한다.
고등학교는 고교학점제 기반으로 교육과정이 전면 개편된다. 학생들은 총 192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1단위를 이수하려면 한 학기 17주간 수업을 들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1학점에 16회로 단축했다. 교과 등 필수이수 학점은 94단위에서 84학점으로, 자율이수학점은 86단위에서 90학점으로 늘어난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18학점(288시간) 이수해야 한다.
고교 교과는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으로 나뉜다. 이 중 공통과목인 국어, 수학, 영어, 사회는 10단위에서 8학점으로 줄어 각 과목당 35시간씩 105시간이 줄었다. 한국사 6학점, 과학은 10학점(통합과학 8학점·과학탐구실험 2학점)을 필수 이수해야 한다.
당초 한국사는 기존 6단위에서 5단위로 축소하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지만 기존과 같은 6학점을 유지하게 됐다.
선택과목은 진로선택 과목과 융합선택 과목으로 나뉜다. 사회 일반선택과목 중 ‘경제’는 제외됐으며, 융합선택과목 중 교양과목 ‘인간과 경제활동’으로 바뀐다.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융합 선택과목도 신설한다. 현행 진로 선택과목은 다양한 진로 및 심화 학습으로 개편하고, 특수목적고에서 개설됐던 ‘전문교과Ⅰ’은 일반고 학생들도 선택할 수 있도록 보통교과로 통합한다.
직업계고의 경우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세부전공과 부전공, 타 전공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선택 자율이수 학점을 확대한다.
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총론 주요사항을 토대로 총론 및 교과 교육과정 시안을 개발한 후 2022년 하반기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확정 고시할 계획이다. 새 교육과정은 2024년 초등 1·2학년에 우선 적용하고 2025년 중1과 고1 등 2027년까지 연차적으로 확대된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가 전면시행되는 2025년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초5 학생들이 대학에 가는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한다. 정책연구와 국가교육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2023년 상반기 대입 개편 시안을 마련하고, 이후 2024년 2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유 부총리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은 교육주체인 학생·학부모·교사 및 각계각층의 다양한 국민과 함께하는 현장 기반의 교육과정 개정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새 교육과정의 안착을 위한 교원 정책 및 대입제도를 종합적으로 개선하고, 미래형 학습 환경을 위한 학교 공간 재구조화와 교과용 도서 개발 등 후속 지원 또한 차질없이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형주 국가교육과정 개정추진위원장은 “나무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총론 주요사항’을 토대로 굵은 가지를 뻗어 새 교육과정의 풍성한 잎과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 이후에는 국가교육과정 정책연구진 대표인 황규호 이화여대 교수와 학생·학부모 등이 참여한 정책 간담회가 이뤄졌다.
교원 패널로 자리한 안산 해솔초 유영식 교사는 “미래교육체제의 본질은 학생 개개인 특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교육과정이 특정 방향으로 수업을 하라는 식으로 교사의 자율권을 제한하지 않고 교사의 교육철학, 학생들의 교육적 수요를 담아낼 수 있는 교사 교육과정 개발 자료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학생 패널로 참석한 세종 해밀초 6학년 김하연 학생은 “생태전환 중심 학습이 되면 방법을 더 많이 알아가고 동생들과 미래 아이들이 잘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고교학점제에 들어가는 첫 세대인데 원하는 과목을 배우는 게 좋을 것 같다. 디지털 인공지능(AI) 교육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