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고시를 앞둔 새 교육과정에서 국악 교육이 실종될 위기에 놓였다는 학계 주장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교육에서 국악 분량을 축소시킬 의도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협의회)는 21일 성명을 내고 “고유한 국악 요소와 개념 체계가 무너지고, 학교 국악교육이 전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며 음악과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교육과정 시안에서 학생들이 음악을 공부한 뒤 배워야 할 내용을 제시한 ‘성취기준’에서 국악이 사라졌다고 보고 있다. 또 교사들이 가르쳐야 할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한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도 없어졌다고 주장했다.
임미선 전국국악교육자협의회장은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국악 내용이 총 6개 성취기준으로 개발돼 있었다”면서 “새 시안 개발 연구에는 성취기준이 단 하나도 없고 참고·선택 사항인 성취기준 해설에 끼워넣기 식으로 제시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악교육의 정상화, 질적 제고를 위한 그간의 노력이 전면 부정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 개정 음악과 교육과정 시안’에서 국악 내용에 관한 성취기준과 음악 요소와 개념 체계표는 삭제됐으며 대신 그 내용이 ‘성취기준 해설’에 옮겨 서술돼 있다. 다만 교육과정 체계를 다시 잡는 과정에서 지식이해, 가치 등 넓은 범주로 성취기준을 만들다 보니 국악 관련 내용이 빠졌을 뿐 국악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국악의 분량을 줄이거나 축소시킬 의도는 전혀 없다”며 “오히려 ‘정간보’와 ‘추임새’ 등 학습 요소를 추가하고, 교육과정 문서의 모든 항목에 걸쳐 국악을 포함한 음악의 생활화 내용을 배치·강조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공개된 시안은 초안”이라며 “교육과정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해야 하는 현장 교사 및 학계의 지속적인 의견 수렴 및 반영을 통해 지속적으로 수정·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새 교육과정을 제작하는 연구진이 서양음악 전공자에 편중돼 있다고도 지적했다. 임 회장은 “기초연구는 서양음악 전공자 2인이 맡았으며, 시안 개발 연구 교수진은 서양음악 전공자 4명, 국악 전공 1명”이라며 “국악에 부정적인 인식에 기초해 연구 쟁점을 추출해 편향적, 부정적 의견을 중점적으로 수렴했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책임자는 시안 개발 과정 모든 내용을 처음부터 비공개로 했다”며 “전공 분야에 차별을 뒀을 뿐만 아니라, 검토·의견 수렴을 위한 절차를 매우 형식적으로, 불투명하게 운영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연구진이 서양음악쪽으로 편중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체 연구진은 교수 5명과 교사 5명 총 10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교수진 중 국악 전공자는 1명이지만 교사는 5명 중 3명이 국악 전공자로 이뤄져 있다는 것이다. 또 교수진 중 서양음악 전공자 1명은 인공지능(AI) 등 음악공학 전공자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이론 중심이 아닌 학교 현장에서 음악 수업을 구현하는 데 더 적합한 교육과정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볼 때, 국악 전공 교사가 오히려 더 많이 배치돼 있어 서양음악쪽으로 편향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국악계는 연구책임자뿐 아니라 교육부를 향해서도 책임론을 제기했다. 협의회는 이번 교육과정 개정 시안 연구에 대해 “4000만원의 적은 용역비로 고작 6개월 동안 수행된 졸속 연구”라고 날을 세웠다.
이들은 교육부에 교육과정 개발 관련자를 문책할 것과 교육과정 개발 연구책임자의 해촉을 요구했다.
이에 교육부는 “향후 시안 개발 연구가 완료될 때까지 지속적인 현장의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장 적합성을 높이고, 우리 음악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교육과정이 개발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