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중앙계단 ‘솔빛길’입니다. 이곳은 수업공간이자 놀이터에요. 쉬는 시간 아이들 놀이공간으로 주로 활용되지만, 역사 시간에 배운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을 펼치거나 즉석 버스킹 공연이 열리기도 합니다. ‘공간의 용도’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기존 학교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에요. 교내 공간 어디에서든 수업·발표·공연·놀이가 가능하죠.”
지난달 27일 오전 뉴시스가 방문한 구로구 서울하늘숲초는 익숙한 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중간중간 미끄럼틀이 있어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 활용되는 중앙계단, 학년별로 교실 구조가 다른 ‘이형교실’이 있었다. 화장실은 양치하는 공간이 별도 공간으로 분리돼 있었다.
학교 시설 대부분이 목재로 구성돼 시멘트·콘크리트·철로 만든 기존 학교와 감각적으로도 달랐다. 선반과 책꽂이부터 계단 손잡이와 신발장, 창틀까지 시설 대부분이 목재로 이뤄져 학교 안엔 나무 내음이 가득했다.
쓰임새를 예상하기 힘든 쉼터 공간도 다양하게 조성돼 있었다. 연두색·주황색 등 알록달록한 쿠션과 함께 ‘다람쥐쉼터’ 등 학생들이 붙인 이름이 명패로 걸려있었다.
하늘숲초는 학생들의 호기심과 창의력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교실을 리모델링하는 서울시교육청의 ‘꿈을 담은 교실’을 교내 모든 공간으로 확대한 첫 사례다. 2019년 완공 후 올해로 개교 4년째를 맞고 있다.
개교 당시, 처음 겪는 낯선 교내공간에 교사들은 당황했다. 이 시설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답을 줬다.
최성희 하늘숲초 교장은 “첫 1~2주 동안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우려가 많았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나보다 더 뛰어난 생각으로 공간 활용방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며 “그렇게 학생과 교사가 함께 고민해 답을 얻어내는 하늘숲만의 문화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하늘숲초 교사들은 공간에 대한 고민이 수업에 대한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정책이나 제도가 아닌 ‘공간’에서부터 교육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지하 교사는 “아이들은 새로운 공간에서 질문을 던진다. 태양광 패널이 있으니 이건 뭐냐고 물어보고 화단을 보면 무언가 키울 수 없냐고 묻는다”며 “이처럼 아이들이 공간에서 던지는 화두를 교사들이 고민하고, 자치회를 통해 아이들과 상의하는 과정이 모두 수업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하늘숲초는 교육부가 추진 중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의 모델하우스격이다. 40년 이상 노후화된 학교를 개축해 기후위기·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친환경·첨단 학교로 리모델링하는 사업인데, 최근 여러 비판이 제기돼 일부 학교에 대한 사업이 철회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학부모들의 반발에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이 예정돼 있던 213개교 중 21개교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2~3년의 공사기간 동안 학생들이 생활하는 조립식 모듈러 교사(校舍)의 안전에 대한 불신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불충분했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교육부는 모든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 동의를 얻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보강하고 모듈러 교사의 안전성을 강화해 올해 1조8000억원을 들여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을 추진한다고 지난 12일 발표했다.
함께 하늘숲초를 방문한 최성희 서울시교육청 교육시설안전과 주무관은 “더 좋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싶은 건 학부모 누구나 공감할 것”이라며 “다만 그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있었고 인식이 잘못 자리 잡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주무관은 이어 “인테리어 등 공간이 주는 행복감에 관심이 많은 현대사회”라며 “지금 학교는 너무 낡았다. 아이들이 공간변화를 통해 행복감을 느끼고 그 속에서 교사들이 교육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시설투자가 더 이뤄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한 교사는 “공간이 혁신된 하늘숲초에서의 교육은, 끊임없이 고민하게 한다는 점에서 1970~1980년대 지어진 학교에서의 교육과 정말 다르다”며 “귀한 아이들의 미래 교육을 위해 아낌 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