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를 시작해 각 학교에서 자가진단키트(신속항원검사)가 배부된 가운데 학부모들의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청과 학교들은 강제가 아닌 협조 요청이라는 입장이나, 일부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의무 사용으로 이를 유도하고 있다며 항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는 개학 첫날 학생들에게 1인당 1개씩 자가진단키트를 지급했다.
앞서 교육부의 새 학기 학교 방역 지원 방안에 따라 학생들에게 키트를 무상 지급하고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게 권고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각 학교들은 개학 당일 학생들에게 키트 사용법 관련 영상을 보여주고 가정통신문을 통해 사용법에 대한 안내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다. 해당 검사가 ‘권고’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고 사실상 2차례 진단키트를 강제하려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이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A(46)씨는 “학교에서 보낸 가정통신문을 보면 매주 일요일, 수요일 검사를 하게끔 써놨다. 어디에도 권고라는 단어는 보이지 않는다”면서 “매주 아프지도 않은 아이 코를 두 번씩 찌르는 게 말이 되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교육부가 학생들이 등교 직전 사용하도록 하는 자가진단 앱에 자가진단키트 검사 여부 문항이 포함돼있는 점도 문제 삼았다.
학교 측에서는 ‘검사하지 않음’을 선택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불이익을 우려하는 것이다.
수원의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 B(39)씨는 “학부모 알아서 하도록 둘 거면 굳이 해당 항목을 물어볼 필요가 있느냐”면서 “괜히 우리 아이만 안 했다고 뜨면 어쩌나 눈치 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학부모들의 협조를 구할 뿐 절대 강제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교 관리자는 “학교에서도 코로나 확산세가 우려되다 보니 최대한 많은 학부모들의 협조를 위해 ‘권고’라는 표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교욱부 방침이 ‘권고’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학교에서도 강제할 수는 없고, 학부모 문의가 오면 의무가 아님을 설명드린다”고 했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적극 권고라는 표현을 사용했더니 반드시 해야 하는 거냐는 민원 전화를 많이 받아 증상이 없을 경우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거듭 안내했다”면서 “자가진단 앱에 검사를 하지 않음을 선택해도 불이익이 전혀 없다고 했음에도 키트를 나눠준다는 것 자체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수차례 해명을 해도 계속 민원이 쏟아지다 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새 학기를 위한 준비보다는 자가진단키트 문제에만 시달리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더욱이 해당 키트를 매주 학교에서 비닐포장 소분해 학생들에게 나눠줘야 하다 보니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높다.
도내 한 보건교사는 “학부모들로부터 자가진단이 의무냐, 불이익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전화가 오면 권고라고 설명드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이 와중에 또 매주 금요일마다 학생들에게 자가진단키트를 나눠줘야 하니 전교생 약 900명에게 지급될 키트 1800여 개를 방역도우미 4명과 하나하나 나누고 있다. 안 그래도 힘든 새 학기가 키트 때문에 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 자가진단 논란이 계속되자 교육부는 전날 브리핑을 열고 “거듭 말씀드리지만 (자가진단은) 권고사항”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나섰다.
이어 “신속항원검사는 자발적 참여에 의해 본인 안전을 위해서 (권고했다)”라며 “우리 학교는 하루 종일 밀집된 공간에서 생활하느라 어느 시설보다 감염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고 급우들에게도 감염시키지 않도록 하는 점을 감안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