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벌어졌는데 책임자는 없다’ ‘예정된 죽음, 막지 못한 죽음’
제주시청 앞 버스정류장 부스 한 면에 색색의 메모지들이 가득 붙었다. 최근 현장 실습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해 숨진 이민호(18)군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내용들이다.
지난 23일 오후 지역 일부 정당 및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현장실습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공동대책위원회’는 제주시청 조형물 앞에서 이 군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맞아 ‘가장 슬픈 생일’ 주제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는 추모리본 붙이기 등 사전행사를 시작으로 묵념, 추모사 낭독, 추모공연, 자유발언, 추모노래 부르기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 추모사를 낭독한 김여선 참교육제주학부모회 대표는 “현장 실습을 하며 돈을 벌어서 부모에게 힘이 되려했다는 민호의 얘기를 듣고 더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 아들, 딸들이 존중 받으며 일하고 꿈꿀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규탄발언에 나선 정영조 대책위원장·전국민주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 청소년노동인권사업단장은 “아이가 죽었는데 책임지겠다는 어른들이 없다”며 “고용노동부는 이민호 군을 죽음으로 내몬 회사 대표와 관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현재 제주도 내 현장 실습에 나가있는 학생들이 400여명”이라며 “제주도교육청은 이번 사고의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하루빨리 마련하고 제주도는 해당 기업에 대한 지원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수학능력 시험을 끝내고 문화제를 찾았다는 고민성(19)군은 “수능 시험을 준비하느라 이민호군의 사고에 대해 자세하게 알지 못해 더욱 안타깝다”며 “그 누구의 죽음도 물음표로 남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번 사고의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2일 민주노총제주본부, 노동당 등 21개 단체가 모여 사고 관련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발족됐다.
이 군은 지난 9일 제주시 구좌읍 한 음료 제조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다 제품 적재기 벨트에 목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열흘만인 지난 19일 끝내 숨졌다.
한편 이날 오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이 군의 빈소가 마련된 부민장례식장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