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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졸속 늘봄정책 밀어붙이는 교육부에 부화뇌동하는 전남교육청

“초등교사 92% 반대, 학부모 찬성도 절반밖에”

 

– 2023년 시범운영에서 지원자 거의 없고, 업무갈등 생겨남.

– 2024년 업무분장에 늘봄학교업무 교사에 배정중

공간분리 안되면 학교수업에 악영향 불보듯

초등학생이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무는 것 교육적이지도 않아

국가돌봄 강화시킨다지만 국고보조 0, 시도교육청에게 책임 전가

전남교육청 1학기 전면시행 발표, 윤석열 정부 눈치 보나?

 

2월 5일, 교육부는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희망하는 초등학생 누구나 이용 ▲초1~2학년에게는 맞춤형 프로그램 매일 2시간 무료 ▲초3~6학년 대상 양질의 프로그램 운영 ▲시도교육청ㆍ학교별 특색에 맞는 다양한 모델 확산 ▲교사의 늘봄학교 행정부담 해소를 주요내용으로 담았다.

 

전남교육청은 2023년 1년 동안 늘봄학교 시범운영을 하였다. 전남교육청에 자료에 의하면 오후 5시에서 7시까지 돌봄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는 총 426개교 중 198개교로 46%였고, 이중 참여학생이 1~3명인 학교가 113개교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 그리고 참여학생이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학교는 총 18개교, 20명 이상인 학교는 단 3개교에 지나지 않았다.

운영결과 지원자가 거의 없어 파행적으로 운영되었고, 늘봄학교 관련해서 업무 갈등이 생겨났으며, 현장교사들은 ‘왜 돌봄을 학교에서 운영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교육부는 “교사들에게 늘봄학교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였으나 실제 학교에서는 늘봄학교와 관련된 업무를 교사들이 맡아 하고 있다. ‘방과후학교’ 업무 담당자에게 ‘늘봄’이라는 명목의 업무가 강요되고 있고 교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2024년 업무분장에서도 늘봄학교 업무가 교사에게 배정되고 있으며, 강사가 구해지지 않으면 대체강사까지 해야 한다.

 

업무부담을 주지 않는다 하면서도 결국 교사에게 짐을 지우는 방식으로 가고 있으니, 학교 현장의 불신과 반발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전남 대부분 초등학교는 각종 프로그램 운영으로 공간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의 큰 학교는 더욱 심각하다. 늘봄학교를 확대하면 수업 기자재와 학습 준비물, 학생 작품 등이 있는 교실을 사용할 수 밖에 없고, 제대로 된 연구실이 없는 교사들은 교육과정 연구, 다음날 수업 준비, 자료 제작 등을 위해 학교 곳곳을 떠돌 수밖에 없으며, 정규수업 후 상담 등 아이들을 개별지도할 공간도 없게 된다.

그래서 현장교사들은 “교실겸용 금지”와 “학교 수업과의 원천 분리”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에 부담을 주는 늘봄학교 정책은 저출산의 해법이 될 수 없다.

교육과 돌봄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에 맡겨진 본연의 임무인 아이들을 교육하고 성장시키는 일에 집중하고, 학교 안에 집중된 사회적 돌봄기능을 지역사회로 분산시켜야 한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지역과 마을의 돌봄기관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돌봄정책을 지자체로 이관하고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 학생들이 12시간 이상 학교에 머무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초등학교 시기는 정서와 인격 발달의 적기이고 부모를 비롯한 주 양육자와의 교감과 소통이 가장 중요한 때이다. 초등학생들을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교라는 공간에 두는 것은 정말로 아이들의 발달 단계를 고려한 선택이 아니다. 어린 학생들이 가정에서의 돌봄을 충분히 보장 받을 권리를 빼앗는 것이고, 어른들의 필요에 따라 아이들을 학교에 붙잡아두는 것 이외의 의미는 없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국가돌봄”을 강화시킨다며 늘봄학교를 밀어붙이고 있지만, 교육부가 공개한 2024 소요예산 1조 1,657억원 중 국고 지원은 아예 없고, 교육부예산 2,469억원을 3년 한시적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예산은 시도교육청 자체예산으로 충당한다. 결국, 늘봄학교는 시도교육청 자체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는 것으로 유,초,중,고등학교의 수업 등 교육과정 운영에 쓰일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시도교육청은 심각한 재정난을 겪게 되고, 정규수업 지원에 큰 어려움이 생겨날 것이다.

 

늘봄학교 정책에 대한 교사들의 요구는 명확하다. ▲늘봄학교와 관련된 일체의 업무 교사 배제 ▲공간 분리 운영 ▲늘봄 지자체 이관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생들을 머무르게 하는 것에 대한 교육적 비판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번 교육부의 늘봄정책은 위의 내용에 어느 하나라도 수용된 것이 없다.

 

이미 포화상태이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적이지도 않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늘봄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반드시 탈이 날 수밖에 없다.

심사숙고! 정책 방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여론의 수렴 등 조절이 필요하다.

 

전교조전남지부(지부장 신왕식)는 ▲교사에게 늘봄업무 전가 금지 안내 및 행정지도 ▲늘봄업무 담당 기간제교사 채용 이관 ▲실질적인 늘봄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늘봄지원센터 기능 강화, 모든 업무 이관 ▲정규 행정인력 채용과 지원 ▲지자체 연계한 늘봄 확대 ▲학교 구성원의 협의에 의한 학교별 늘봄 추진 보장을 요구한다.

 

전교조전남지부는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교권이 보호되는 그 날까지 학교현장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4. 2. 13.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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