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대학교 쌍촌캠퍼스 부지의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학교 내 방치돼 있는 표정두 열사의 추모비가 어디로 옮겨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시와 호남대, 유족, 표정두열사추모사업회가 추모비의 호남대 광산구 서봉캠퍼스 이전을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5·18기념공원이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지난 9일 호남대와 표정두열사추모사업회에 따르면 표정두 열사의 추모비는 지난 1987년 3월 5·18진상규명 등을 촉구하며 분신·산화한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1년 학생들이 기금을 모아 본관 앞에 세웠다.
지난 2015년 호남대학교가 교정을 광주 서구 쌍촌캠퍼스에서 광산구 서봉캠퍼스로 완전히 옮기면서 2년 넘게 방치돼 있다.
그 사이 호남대 쌍촌캠퍼스의 도시계획상 학교 용도가 최종 폐지됐다. 앞으로 부지 개발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철거를 피하기 위해서는 추모비를 옮길 수밖에 없지만 현재까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호남대 측은 표정두열사추모사업회의 명예졸업장 수여 요구는 받아들였지만 추모비의 서봉캠퍼스 이전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호남대 관계자는 “표 열사가 대학을 중간에 자퇴해 제적생 신분이다. 또 학칙에는 명예졸업장 조항이 없다”며 “올해 5·18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했던 표 열사의 정신 계승 등을 위해 학칙을 개정하면서 명예졸업장을 수여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추모비 이전 문제는 설립 주최가 대학이 아닌 만큼 조심스럽다”며 “열사 정신 계승을 위해 시민들과 더 자주 호흡할 수 있는 장소가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광주시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추모사업회는 학교 안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에서 호남대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후배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게 이유다.
양 측의 입장을 조율하기 위해 광주시가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광주시 담당자는 “사업회와 유족 측이 원하는 부분이 있고 대학 측의 우려가 있다”며 “현재까지 명확한 방안을 제시하기 어렵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학교와 사업회, 유족 측을 만나 입장을 다시 조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5월 단체는 “5·18기념공원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5·18기념재단 한 관계자는 “호남대 교정으로 이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광주의 중심인 시청 주변 기념공원으로 이전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보인다”며 “표 열사의 정신은 대학을 넘어 광주 시민들이 함께 공유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 열사의 추모비가 이전 문제로 2년 넘게 방치되며 일부 훼손되고 있다”며 “갈등과 대립은 그의 정신을 계승하는 게 아니다. 하루 빨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표 열사는 지난 1983년 호남대 무역학과에 입학, 군 제대 뒤 85년 3월 복학했으나 가정 형편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하면서 이듬해 4월 미등록 제적됐다.
1987년 3월6일 ‘광주사태 책임져라’ 등을 외치며 서울 미국 대사관 앞에서 분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