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연일 기승을 부리면서 교실 내 공기청정기 설치문제가 새학기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나 예산·회계상 문제로 교육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광주는 학교회계상 조기 구입이 어려워 신학기 개학 후에야 주문이 이뤄져 ‘지각 구매’가 불가피하게 됐고, 전남은 필요예산 수십억원이 올해 예산에 반영되지 않아 4000여개 교실이 청정기 없이 수업을 받아야 할 형편이다.
6일 광주·전남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의 경우 공·사립 유치원과 초·중·고, 특수학교 통틀어 9172개 학급 가운데 공기청정기나 환기설비 등 공기정화시설이 설치된 학급은 3928개로, 설치율이 42.8%에 이른다.
유치원 1275개, 특수학교 190개 교실은 100% 설치됐으나, 초·중·고등학교는 설치율이 57.8%, 3.6%, 2.8%에 그치고 있다.
교육청은 우선 지난해 초등 저학년(1~3학년) 전체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한데 이어 올해 26억원을 추가로 들여 고학년(4~6학년) 전체 학급교실에 설치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대당 15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를 학교장 재량으로 렌탈이나 직접 구입해 1706개 교실에 설치할 예정이다.
중학교 1819개, 고등학교 1838개 교실 가운데 미설치된 1753곳과 1785곳에 대해선 각각 2020년과 2021년에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다.
그러나 당장 일선 학교 회계시스템에 새학기에 맞춰 3월부터 시작되는 데다 1, 2월이 방학기간이어서 조기 구매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현장에선 애를 먹고 있다.
초미세먼지 특보가 개학 직전인 지난달 28일 발령된데다 연초에 조직개편까지 겹치면서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예산이 책정돼 있는 만큼 미세먼지 장기예보 등을 반영해 개학 전 미리 구매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는 지적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회계 원칙상 개학 시기에 맞춰 3월부터 집행하는게 관례지만 결과론적으로 볼 때 ‘예산을 좀 더 앞당겨 집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남은 예산난에 부딪혔다. 돈이 없어 구입할 길이 막혔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04억원을 투입,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5217개 교실에 공기청정기 설치를 완료했다.
이어 올해 중·고등학교 4500여개 교실에 대당 100만원 상당의 공기청정기를 설치할 계획이었으나 관련 예산 45억원이 도의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손 쓸 방법이 없어졌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미 설치된 공기청정기에 대한 사용실태와 반응, 장단점 등으로 파악한 뒤 추가 구입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올해 1차 추경에 서둘러 반영해 상반기 중으로 보급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기청정기 보급은 학생들이 주로 머물고 활동하는 학급교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특별교실은 예외여서 추가 보급 여부도 교육당국으로선 숙제거리가 되고 있다.